시청각 랩 (AVP lab)
AVP 2013~2019
avpavilion@gmail.com
시청각 랩(AVP lab)은 연구 공간이자 작품, 작가와 대화하는 창구로, 계간 시청각을 만드는 오피스 개념의 전시 공간이다.
AVP lab, where the exhibition is hosted, is an office-styled exhibition space that publishes AVP Monthly, in addition to serving as a research space and avenue to connect with artwork and artists.
서울 용산구 용문동 38-118 1층
(도로명) 효창원로 25길 9
1F, 38-118 Yongmun dong,
Yongsan-gu, Seoul
KAKAO MAP / NAVER MAP
시청각 랩 AVP LAB
전시 문서 Exhibition Document
계간 시청각 AVP Quarter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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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희
‹Worlding···›

시청각 랩
서울 용산구 용문동 38-118 1층
 
시청각 랩
 
전시
2023.12.10 (일) - 2023.12.31 (일)
오후 1시 - 오후 7시 (매주 월요일 휴관)
 
전시 오프닝
2023년 12월 10일 (일)
오후 1시 - 오후 8시
플레이 데이터를 쌓아 함께 전시의 셋업을 완성하는 오프닝이 진행됩니다.
 
이야기: 성훈, 상희
프로그래밍: 상희
비평: 이민주
사운드: 기나이직
내레이션: 고현정
내레이션 녹음: 이윤경
그래픽 디자인: 김지연
공간 도움: 스튜디오 TP
주최 및 주관: 상희
후원: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
 

SANGHEE
Worlding···

 
AVP lab
1F, 38-118 Yongmun dong, Yongsan-gu, Seoul
 
Exhibition Date
10.DEC.2023 - 31.DEC.2023
13:00 - 19:00
Tue - Sun (Closed on Monday)
 
Opening
10.DEC.2023 (Sun) 12:00-20:00
The opening will be held to collect play data for the exhibition set-up.
 
Story: Seonghun, SANGHEE
Programmer - SANGHEE
Criticism: Minjoo Lee
Music: Guinneissik
Narration: Hyunjung Go
Narration Mixer: Yoonkyung Lee
Graphic Design: Jiyeon Kim
Venue Supported by Studio TP
Sponsored by Seoul,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껍데기로서의 세계]
 
흔히 연상하길, 껍데기는 일시적이다. 헛되고 부차적이다. 착시를 유발하며, 실체의 무게를 갖지 못한다. ‹Worlding···›은 이렇게 취약한 환상, 한시적 표면에 관한 은유여 왔던 껍데기, 더 나아가 그러한 은유로서 영원해지는 껍데기를 재고하며 새로운 의미의 고리를 엮고자 하는 기획이다.
 
‹Worlding···›이 활용하는 VR 매체는 특히 껍데기의 함축과 떼어놓을 수 없는 성격을 가진다. 플레이어는 VR 헤드셋이란 외골격 안 어둠 속에 제 머리를 밀어넣고 컨트롤러를 쥔다. 정수리를 짓누르는 차폐된 어둠은 VR의 선제적 조건이며, 가상 세계의 고립된 반응 회로에 진입하기 위한 물리적 무장이다. 외골격 속의 어둠은 VR 세계와 중첩되는 신체를 발생시킨다. 본래의 몸이 새로운 사지, 새로운 무게와 장기로 교체되는 건 아니다. 시야와 청각을 차단하며 머리 위를 누르는 외골격은 그 자체로 무게와 부피를 갖고, 눈을 가린다 한들 멀미는 계속된다.
 
결국, VR 상에서 물리적 육체와 가상 육체가 중첩된다고 한들, 그 중첩은 두 가지 몸의 대등한 겹쳐짐과는 거리가 있다. ‹Worlding···›은 VR이 차라리 자신의 몸에 얼추 맞아 떨어지는 가상의 허물 속에 기어들어 가는 경험임에 주목한다. 허물 안의 플레이어에게 구체적인 촉각은 허락되지 않는다. VR 상에서 반투명하고 불완전한 그래픽으로 나타나는 손의 껍질이 그의 손을 대표한다. 인터페이스를 최대한 감추려 하는 VR에서, 이 유령 같은 손의 허물은 손을 대표할 뿐만 아니라 세계 속에서 그에게 허락된 행동의 권한 일체를 대표하기도 한다. 무게도, 내부도, 마찰도 없는 VR 오브제들의 각축장에서, 박리된 손 가죽만은 오브제로부터 어떠한 결여도 발견하지 못하는 듯 움직인다. 사물의 테두리들은 만져지지 않는 것을 만지라고 지시한다. 헤드셋의 외골격을 벗기 전까진, 플레이어에게 있어 허공은 영속하며 실재하는 외피를 쓴 무엇이다. 허물을 쓴 플레이어의 손은 허공을 부여잡고, 허공을 매만지고, 허공에 모양을 내고, 허공을 휘젓는 일련의 마임 동작을 취한다. 그의 동작은 헤드셋의 외골격을 쓴 한에서만 영속하는 대상의 표면과 굴곡을 염두에 둔다. 무게와 질감은 더는 손의 관할 구역이 아니다.
 
껍데기가 내부보다 앞서고, 편재하고, 영구해지는 가상 세계가 물리적으로 차폐된 어둠 속에 자리한다. 하지만 그 세계는 껍데기를 쓰고 있는 한에서만 존속하는 연약한 세계다. 외골격의 어둠은 성가시고 무겁다. 한 사람의 머리통만을 간신히 감싸는 식으로 폐쇄적이다. 많은 VR이 일회적이고 고립된 ‘체험’으로 수렴하게 되는 까닭이다. 하지만 이 일회적이고 고립된 체험 상에서 나타나는 무수한 허공의 손짓들, 감각 할 수 없음에 대한 공통 감각을 채집할 수 있다면 어떨까? 이 공통 감각을 순간적이고 개인적인 반응이 아니라, 긴 시간에 걸쳐 일어나는 비동시적 협업에 대한 것으로 돌려놓을 수 있지 않을까?
 
이를 위해 ‹Worlding···›은 거대한 육신의 껍질에 수의를 씌우는 움직임과 그 움직임을 일정한 주기로 업데이트 받으며 변형되는 하나의 지도를 상상한다. ‹Worlding···› VR의 참여자들은 세신사의 타월 아래 밀려나가는 더러운 살, 한 순간 스치고 사라지는 얼굴의 일그러짐, 바스라지는 낙엽의 잎새, 관 속에서 삭아 없어지는 수의가 암시하는 껍데기의 찰나성을 말소하는 토탄-진흙을 쌓아 나간다. 토탄은 지표면의 습지에서 채굴할 수 있는 석탄의 일종이다. 토탄이 조성하는 특이한 보존 환경으로 인해서, 토탄 늪에선 썩지 않고 자연적으로 미라화된 사체들이 발견된다. 수렁의 인간들Bog People이라고 불리는 이 일군의 미라는 균도 벌레도 살지 못하는 토탄 깊숙이 묻힌 덕에 수만 년 전의 얼굴을 고스란히 간직한다. 피부가 먼저 부패하며 백골화가 진행되는 보통의 사체와 달리, 토탄 수렁에서 떠오른 미라에게서는 피부와 머리털도 온전한 형태로 확인할 수 있다. 뼈와 조직이 삭아 없어지는 세월 동안에도, 절명의 순간 찌푸린 미간은 주름 잡힌 대로 남는다.
 
영원히 이완되지 않는 얼굴 근육의 긴장은 그러나 토탄에 묻혀 있는 한에서만 보존된다. VR의 오브제들이 헤드셋의 외골격을 벗는 순간 공기 중으로 증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VR 참여자들은 제각기 허물만 남은 시신을 도로 늪에 돌려놓는 작업을 진행한다. 참여자들은 VR 내에서 지표면을 늘리거나 당겨 거대한 시신을 덮어야 한다. VR 헤드셋을 벗은 관객은 변형된 지표를 계속해서 일정 주기로 기록하는 전시관을 둘러 보게 된다. 퇴적되는 종잇장과 스크린이 지표의 변형과 그 변형의 누적을 비춘다. 관람 행위는 지층으로서 퇴적되어 간다. ‹Worlding···›은 VR 매체가 발생시키는 수행과 그 수행의 누적이 만들어내는 두터운 외피를 데이터화한다. 금방 녹아 없어지는 취약한 껍데기를 장시간에 걸친 협업의 촉매로서 새롭게 주제화하며, 굴곡을 기입하는 껍데기와 굴곡이 기입되는 껍데기 사이의 상호작용을 강조하고자 한다.
 
(글 상희)